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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그 장난감 없어도 되더라

by 아날록흐 2021. 6. 15.

한때, 맘카페를 하루종일 들락날락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자주 오갔던 게시판은 핫딜 게시판이었는데,
저렴하게 나온 분유나 기저귀, 각종 육아용품에
대한 정보를 엄마들이 공유하는 방이었다.

그 게시판을 오가며, 나는 '혼자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만족하고 끝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박애주의적인
엄마들이 많다니! 세상은 참으로 살만 하구나!'라고
감사한 마음으로 주문하기를 클릭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 흐름이 거꾸로 되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이 무엇을 구입하는지가 궁금해지면서,
그 카페 속 그 날의 인기게시물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신박한 육아용품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던 것이다.

엄마들이, '이거 좋아요! 근데 저렴하게 나왔어요!'라는
진심어린 장문의 글을 올리면, '와, 내가 이걸 모르고
육아를 할 뻔했다니.'라는 한심함과 안도감의 마음이
뒤섞여 정말 무수하게 많은 육아용품들을 구입했다.


*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평소처럼 인기 게시판을 들락
거리는데 아기 음악 관련 장난감이 올라온 것이다.
'아기가 좋아하구요. 엄청 싼 거에요!'라는 말에,
8만원짜리 장난감을 덥썩 샀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아이와 함께 할 음악놀이를 상상하며 배송을 기다렸다.

그 기쁨도 잠시, 몇 시간 후에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럽게 주문이 폭주하여, 해당 주문건을 취소해야
할 것 같고, 2주 후에 물건이 들어오는데 그때 알림을
넣어드릴터이니 다시 구입해주십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주문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2주 후, 물건이 재입고되었다는 알람이 떴을때,
나는 한참을 그 사이트에 머물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것이 진짜 필요한건가?'


*


게시판에 올라올 때는, 그때 사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정신없이
구입했지만, 막상 그 물건과 나만 차분하게
단 둘이 있으니, 근본적인 의문이 올라왔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는 아예 생각조차 안해본 물건이었다.

아,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때부터 인터넷 카페에 매일 접속하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기저귀나 분유 등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알람을 걸고, 그때그때 접속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


그 이후로 1년,
그 사이에 무수한 장난감의 구입 기회를 놓쳤어도
아이는 아주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그 장난감 없어도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