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맘카페를 하루종일 들락날락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자주 오갔던 게시판은 핫딜 게시판이었는데,
저렴하게 나온 분유나 기저귀, 각종 육아용품에
대한 정보를 엄마들이 공유하는 방이었다.
그 게시판을 오가며, 나는 '혼자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만족하고 끝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박애주의적인
엄마들이 많다니! 세상은 참으로 살만 하구나!'라고
감사한 마음으로 주문하기를 클릭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 흐름이 거꾸로 되기 시작했다.
다른 엄마들이 무엇을 구입하는지가 궁금해지면서,
그 카페 속 그 날의 인기게시물을 뒤적이기 시작했고,
신박한 육아용품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던 것이다.
엄마들이, '이거 좋아요! 근데 저렴하게 나왔어요!'라는
진심어린 장문의 글을 올리면, '와, 내가 이걸 모르고
육아를 할 뻔했다니.'라는 한심함과 안도감의 마음이
뒤섞여 정말 무수하게 많은 육아용품들을 구입했다.
*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평소처럼 인기 게시판을 들락
거리는데 아기 음악 관련 장난감이 올라온 것이다.
'아기가 좋아하구요. 엄청 싼 거에요!'라는 말에,
8만원짜리 장난감을 덥썩 샀고, 두근거리는 맘으로
아이와 함께 할 음악놀이를 상상하며 배송을 기다렸다.
그 기쁨도 잠시, 몇 시간 후에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갑작스럽게 주문이 폭주하여, 해당 주문건을 취소해야
할 것 같고, 2주 후에 물건이 들어오는데 그때 알림을
넣어드릴터이니 다시 구입해주십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주문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2주 후, 물건이 재입고되었다는 알람이 떴을때,
나는 한참을 그 사이트에 머물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것이 진짜 필요한건가?'
*
게시판에 올라올 때는, 그때 사지 않으면 바가지를
쓰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정신없이
구입했지만, 막상 그 물건과 나만 차분하게
단 둘이 있으니, 근본적인 의문이 올라왔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는 아예 생각조차 안해본 물건이었다.
아,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때부터 인터넷 카페에 매일 접속하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기저귀나 분유 등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알람을 걸고, 그때그때 접속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
그 이후로 1년,
그 사이에 무수한 장난감의 구입 기회를 놓쳤어도
아이는 아주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그 장난감 없어도 되더라.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